플랫폼이라는 이름의 착취 (배달의 민족맛)

2020-04-05

배달의 민족에 대해서 탐탁치 않게 여기기 시작한지 꽤 오래 되었지만, 이렇게 빠른 형태로 내가 까는 제품에 대해서 대중의 분노나 짜증을 느끼게 되게 된 적은 오랜만이지 않나 싶다. 언론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다 떼고 남는 게 없다”..’배민’ 수수료 ‘인상’, 요금체계 확 바꾼 배달의민족, 논란은 ‘현재진행형’ 등등 배달의 민족의 전략에 대한 집중 포화를 시작하였고, 치킨 값이 3만원이 될 것이라는 둥 이전의 배달 팁이나 주방장 팁 등의 반 강제적인 추가 가격 시스템이 도입되는 등의 일련의 학습을 한 소비자들은 배달의 민족의 대체재를 찾거나 전화 주문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뭐, 그런다고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실 이 글은 홍석현 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관련 페이스북 글로부터 촉발되어있기도 했지만, 그 전에 트위터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나, 개인 정보에 관련된 활용 등에 대한 이야기를 근래에 했던 것도 있어서 그 이야기들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플랫폼 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복잡하면서도 애매한 사업이긴하다. 말은 플랫폼이라고 하지만, 중개업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근래에 와서는 대량의 데이터에 기반한 데이터 마이닝이나 데이터 처리에 대한 부분까지 합쳐져서, 거대한 IT 서비스에 판매자와 소비자를 매칭하고 이의 중개 수수료를 받으며, 이런 매칭 정보들을 활용해서 광고, 데이터 판매 등등을 영위하는 일체의 기술 혹은 기업을 이야기하게 된 것 같다. 아, 뭐 그렇다고 판매자와 소비자가 나뉘어질 필요는 없고, 소비자가 생산자가 될 수도 있는 형태이기도 하다는 점은 주목해야한다. (e.g. 페이스북을 위시한 SNS를 생각하면 좋다.)

플랫폼 사업은 하나로 정의 되기 힘든 사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단순히 두 사람을 매칭시켜주는 형태로 작동이 되는 것은 맞지만, 실제로 매칭을 이루는 과정에서의 방법은 상당히 다른 경우들이 많다.

배달의 민족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배달의 민족의 경우 상당히 간단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니고 있다.

  1. 음식을 배달 판매하려는 음식점이 있다
  2. 음식을 배달 구입하려는 고객이 있다
  3. 제3자가 고객에게 고객이 원하는 음식을 파는 음식점을 중개한다.
  4. 제3자는 고객이나 음식점에게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여기서 배달의 민족은 음식점에게 중개 수수료를 받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확히는 배달의 민족에 등록하고 광고를 함에 있어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추가금을 내지 않고 기존의 전단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서비스를 제공 받을 “가능성”이 높으니 실제로 이 사업 모델은 부합하다.

사실 이렇게 간단한 비즈니스를 번호까지 매기면서 나누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하지만,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번호를 붙이는 것 뿐이고 이에 따른 내용들은 점점 이야기가 복잡해져가면서 엄청난 (?!) 이야기로 발전할 것이다.

배달의 민족의 BM은 다음과 같다.

  1.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기본 모델)
  2. 광고에 대한 차등을 두어 더 좋은 광고를 구입하면 위에 올려놓는다 (차등 모델)
  3. 배달 대행 등을 통한 부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번다 (부가 모델)

여기서 배달의 민족은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한다.

  1. 더 넓은 권역에 대해서 중개 대행을 함으로써 더 많은 가게들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기본 모델 -> 확장 정책)
  2. 차등 광고를 계속 쓰도록 강요하고, 차등 광고에 따라서 매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만든다 (차등 모델 -> 착취… 아니아니 내부 경쟁 모델)

3번이 없는 이유는, 이것은 단순히 부가 서비스이며 심지어 피벗을 하다가 실패한 전례가 있기에 부로 빼 놨다.

초반에는 어떤 기업이 미쳤다고 2번을 선택했을까? 배민이 성장세에 놓여있을 때에는 결국 매출 증대는 중개 수수료와 광고비에 대한 경쟁보다는 확장 정책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최대한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기 시작하고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사용할 만한 사람들은 배달의 민족을 사용하기 시작했었고, 경쟁사였던 요기오 같은 경우 인수 합병으로 깔끔히 처리(?)를 하였다. 이제 독점 시장이자 포화 시장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여기서 기업이 추가적인 성장하려면 선택해야하는 선택지는 대게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일반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해외 시장 공략이 그것이다. 실제로 배달의 민족은 일본 진출에 실패를 하였고, 현재는 베트남 진출을 할 생각을 하고 있다. 앞서 말한 1번 확장 정책의 연장선상인데, 실제로 여기서부터는 언어, 문화, 인프라 차이까지 고려해야하는 상당히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 대신 매력적인 선택지가 하나 더 있다. 2번 내부 경쟁 모델이다. 실제로 독점적인 위치에 놓여있고, 많은 사용자들이 배달의 민족을 별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거기다가 대부분의 가게들은 전단지 홍보와 배달의 민족을 통한 홍보를 동시에 병행해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가게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광고 노출도인데, 골드, 실버, 브론… 아니 울트라콜, 슈퍼리스트 등을 도입하여 차등을 주고, 이에 따른 부수적인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게 밀도가 낮거나 경쟁이 낮은 곳이라면 이러한 차등 광고는 별 의미가 없다. 사용자들은 자기 주변에 있는 음식점을 별점으로 2차 필터링을 할 것이고, 아마도 차등 광고에 의한 상위 검색은 무효화되기 좋다. 하지만, 내가 회사를 다니는 강남만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거의 모든 가게들은 한 건의 주문이 중요한 상황이고, 결국 거의 모든 가게들이 울며 겨자먹기 상태로 울트라 콜을 결제하는 상황이다.

배달의 민족이 착취적인 모델 혹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그대로 담습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배달의 민족은 이런식으로 가게 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차등 광고에 얼마까지 쓸 수 있는가에 대한 한계점까지 차등 광고 비용을 끌어올릴 것이다. 그리고, 터질 것이 터지게 되었다. 이번의 5.8% 중개 수수료를 갖는 오픈리스트의 도입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실제로 이러한 모델 아래서는 매출이 중요한, 그리고 매출량이 큰 업체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구조이기 떄문이다. 배달의 민족 서비스는 차등 광고를 통해서 중개에 대한 수익을 얻었는데, 이제는 직접 중개 수수료로 수익 구조를 개편하면서 전체적인 전략을 바꾼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음과 같다.

  1. 오픈 리스트가 울트라콜 보다 상위에 놓이게 됨 (5.8% 수수료율의 반강제)
  2. 고울트라콜(월 8만원 정액제)에서 오픈리스트 (월 5.8% 수수료 정률제)로 넘어감

이를 통해서 배달의 민족은 두 가지를 달성할 수 있는데, 울트라콜 서비스 유저들을 오픈리스트로 반 강제적으로 넘기게 된다는 점이고, 일반적으로 울트라콜을 쓰고 있는 매출이 높은 업체들은 추가적인 금액을 더 내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반대쪽에서는 월 매출 3000만원 기준을 적용할 때 울트라콜 체제에서는 30만원의 수수료만 냈으면 되지만 오픈리스트에서는 최대 170만원을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매출 155만원 이하의 업체에만 오픈리스트로 이득이 돌아오고 나머지 업체들은 타격이 크다는 말도 나옵니다. - IT여담 : 배달의민족 오픈리스트 논란

이번 배달의 민족의 정책은 사실 플랫폼 비즈니스가 갖고 있는 독점적 지위나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가?

자유경제적 대답으로는 경쟁자를 만들어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그렇다면 경쟁은 어떻게 유도하는가?

여기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서 답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1. 배달의 민족 서비스가 지역마다 쪼개져 있는 형태로 존재하더라도 사용자는 별 문제 없이 쓸 수 있는가? (분할 정복)
  2. 차등 광고의 도입이 없이 순수하게 별점 등의 가게의 질적 경쟁만으로 승부를 할 수 있는가? (기본 모델로 회귀)

솔직히 말 좀 해보자, 지금 내가 배달의 민족을 쓰는 이유가 부산에서 떡오뎅을 강남에 있는 사무실에서 먹기 위해서인가? 아닐 것이다. 대부분 배달의 민족은 2Km 이내 (울트라콜 범위 내의) 가게들에서 빠르게 피자나 치킨이나 밥을 시켜먹기 위해서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그리고, 울트라콜의 광고 등에서 선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소비자가 제일 신경을 쓰는 것은 별점이다. 별점이 4점대 중반 이상이 아니라면 일단 가게 퀄리티를 의심하고 볼 정도가 아닌가?

실제로 여기서 핵심적인 배달 중개 플랫폼에 대한 취약점과 문제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홍대나 이태원에서 자주 사용하는 배달/음식점 앱은 따로 있다. 로컬에 특이화 되어있거나, 로컬에 최적화가 되어있다면 유저들은 주저없이 그 플랫폼을 사용할 것이다. 대학교 단위의 서비스였던 테이킷 등이 그 예일 것이다. 사실 실제 유저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시 단위나 도 단위의 어플리케이션이 필요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집과 직장 두 곳에서만 주문을 할 것이라는 것이 실제 이 비즈니스 모델이 갖고 있는 취약점이고, 각각 지역마다 배달 앱 우후죽순 생기고, 서비스가 아무리 많아도 사용자는 그 지역에서 우세한 2개 이상의 어플리케이션 (직장 쪽 검색 되는 플랫폼, 집 쪽 검색 되는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거대한 플랫폼 시장을 바라본다면야 배달의 민족은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어떤 하나의 업체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쪼개서 보면 실제로는 지역별로 나뉘어져있는 지역 단위의 서비스들이 하나의 업체로 합쳐진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이것은 충분히 세그멘테이션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서 안티-배달의민족 서비스들이 등장할 수 있는 기회 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솔직히 개발자 3~4명이 날 잡고 4~5천명이 쓰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은 수 백 만이 동시에 주문을 접수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 보다 쉽고, 빠르다.

그렇다면, 이러한 나이브하면서도, 경쟁 유도적인 시스템의 도입이 플랫폼 제국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좀 더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경영학을 배우게 된다면 꾸준히 듣게 되는 “규모의 비경제”가 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노력을 해야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가디언지의 칼럼인 미국은 더 이상 자유시장 경제가 아니다 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보자.

자유시장이 번성하지 못하고 소멸한 건 다분히 미국이 시행한 경제 정책의 결과입니다. 1999년 미국은 경쟁을 뚫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자유시장이었고, 반대로 유럽은 독점은 아니더라도 몇몇 기업이 분야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과점 체제에 가까웠습니다. 경쟁은 없고, 있더라도 미미했죠. 항공 업계가 좋은 예입니다. 지난 20년간 미국 항공사들은 인수·합병을 거듭했고, 항공사 수는 줄었습니다. 반대로 유럽은 라이언에어(Ryanair)나 이지젯(Easy Jet) 등 저가 항공사들의 진입을 허용해 시장의 경쟁을 촉진했죠. 미국 규제 당국이 시장에서 경쟁이 약화될 수도 있는 인수·합병을 별다른 제약 없이 쉽게 허용하는 사이 유럽 규제 당국은 저가 항공사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신중하게 관리했습니다.

정부가 목표로하는 것은 이러한 시스템의 주기적인 관리일 것이다. 배달의 민족의 이러한 요금 체계 변경에 따라 바로 반응을 하는 정치계 (이재명 “배달의민족 독과점 횡포…공공 배달앱 개발할 것”)의 반응은 그닥 좋은 것이 아니지만, 오픈소스나 공유된 형태의 프로토콜을 공유하는 다수 개의 배달 앱 서비스가 등장하고 각각 지역에서 성공을 할 수 있다면, 이것은 충분히 경쟁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조건적인 세그멘테이션과 분할이 답이 될 수 있을까?

– 다음 편에 계속 –